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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② 하락장에서는 판단이 흔들린다

    상가를 처음 분양받았을 때, 나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린 조합원이었다.

    분양가는 약 5억 원 수준이었다. 10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받은 상가였다.

    그런데 분양 직후, 비슷한 상가가 10억 원 안팎에 거래되는 걸 보게 되었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잘된 투자다.”


    Step.1 상가 가격은 생각처럼 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매매가가 계속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매물은 쌓이고 거래는 줄어들었다.

    분양 후 고점에서 매입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후 가격은 점점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제야 알게 됐다. 아파트 상가는 생각처럼 시세가 잘 오르는 자산이 아니라는 걸.


    Step.2 대단지가 아니면 더 쉽지 않다

    내 상가는 수천 세대 규모의 초대형 단지가 아니었다.

    한 건물에 10개 남짓 모여 있는 형태의 상가였다.

    이런 구조에서는 월세를 크게 올리기가 쉽지 않다.

    임차인의 수익 구조가 폭발적으로 커지기 어렵고, 결국 월세도 일정 범위 안에서 형성된다.


    Step.3 자산 가치가 흔들리면 월세라도 지키고 싶어진다

    매매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걸 체감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도 월세는 지켜야 한다.”
    “공실이라도 생기면 더 손해 아닌가.”

    자산 가격이 정체되거나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임대인은 월세 흐름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판단의 기준이 장기 구조가 아니라 단기 안정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Step.4 하락장에서는 협상력이 달라진다

    비슷한 면적의 상가들이 대체로 일정 범위 안에서 월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올리기에는 부담스럽고, 내리면 아쉬운 수준.

    이 구간에서는 임차인의 요구를 예전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공실이 생기면 다시 맞추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Step.5 그때부터 ‘구조’보다 ‘버티기’가 먼저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점부터 나는 구조를 보지 않았다.

    업종의 적합성, 권리금 구조, 장기 수익 흐름보다는 “지금 이 임차인이 유지되느냐”에 더 집중했다.

    하락장에서는 판단이 조금씩 좁아진다.

    그 선택들이 이후의 10년을 만들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임대인 입장에서 한 줄 정리
    자산 가격이 흔들리면 월세라도 지키고 싶어지고, 그 조급함이 장기 구조를 바꾸기 시작한다.


    상가 임대, 같은 건물 다른 10년 목차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