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문구 하나가 오해를 만드는 과정 – 시선 차이③

임대차 계약서를 쓰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은 원상복구하여 목적물을 반환한다.”

너무 익숙한 문구라서, 굳이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문구 하나가 어떻게 서로 다른 해석으로 이어졌는지를 실제로 겪었던 사례를 기준으로 정리해본다.


Step.1 나는 ‘원상복구’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임대를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조항이 들어가 있었고, 나는 그 문구 그대로를 기준으로 생각했다.

“들어올 때 손을 봤으니, 나갈 때는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게 맞지.”

여러 임차인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관례보다 문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를 요청했다.


Step.2 임차인이 생각한 ‘원상복구’는 달랐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크게 원상복구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업하면서 설치한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걸 모두 철거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임차인이 그렇듯, 가능하다면 “그대로 두고 나가고 싶다”는 쪽에 가까운 판단이었을 것이다.

같은 ‘원상복구’라는 말을 보고 있었지만, 떠올린 장면은 서로 달랐다.


Step.3 요청은 갈등으로 받아들여졌다

나는 계약서에 적힌 대로 원상복구를 요청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특별한 감정 없이 한 말이었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이니, 원상복구를 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 요청이 임차인에게는 꽤 기분 상하는 말로 들렸던 것 같다.

이후 임차인은 원상복구를 하긴 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다.


Step.4 문구 그대로의 ‘원상복구’가 이루어졌다

임차인은 콘크리트 바닥과 벽만 남긴 채,

천장, 전기, 소방 설비까지 모두 철거하고 나갔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다.

문구만 놓고 보면, 틀린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기대했던 ‘원상복구’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Step.5 문구는 같았지만, 기준은 달랐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나는 “다음 임차인이 바로 쓸 수 있는 상태”를 원상복구로 떠올렸고,

임차인은 “계약서 문구 그대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상태”를 원상복구로 이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역시 꽤 융통성이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계약서 문구보다 임차인과의 소통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임대인 입장에서 한 줄 정리
모두가 안다고 생각한 계약서 문구일수록, 서로 어떤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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